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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환상 속의 귀농, 귀촌

아무래도 귀촌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은 윌리엄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로 가리’일 것이다. 그가 런던에 살면서 고향 아일랜드의 이니스프리섬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그 노래는 정작 본인은 갔는지 말았는지 알 바 없지만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귀농, 귀촌 다 쉽지가 않다. 지옥 밑바닥까지 간다는 각오 없이 그곳으로 갈 수 없는 법이다. 귀촌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시골에 살면서 농사나 지으며 시골 생활을 만끽한다는 뜻에서 권장할 만 일이다. 내가 아는 몇몇 은퇴 교수들도 시골에서 옥수수, 호박, 가지도 심고 월동용 장작을 만들며 이런 일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는데 재미가 있지 싶다. 국화주를 담아 놓고 친구가 오면 한잔하며 인생과 문학을 논하는 재미가 왜 없겠는가.      귀농은 농업을 통한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뜻인데 말이 그렇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꿈이 아니다. 꿈꾸는 상상 속 세상과 현실은 너무나 먼 곳임을 실감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심하면 작물에 병도 잘 걸리고 한번 문제가 생기면 작물 전체가 다 결딴나기 때문에 그 피해는 귀농 시 한 고랑 옥수수 심는 시절과 비교할 수가 없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금이 많지 않은 경우 그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돈, 돈, 돈 원수 같은 돈 문제로 잠 못 자는 나날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내가 농업을 시작한 1983년 늦가을 이후 그 악몽이 없어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10년도 더 걸렸지 싶다.   귀농은 한마디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 속에는 시적 낭만은 없고 전쟁터 한복판 지옥도 속으로 추락한다고 말하고 싶다. 꼭 귀농하겠다면 몇 년간 무보수로 꼴머슴이라도 살면서 배우고 난 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결딴이 나는 것은 아주 쉬운데 그 후에 돈이 나올 형편이 못될 경우는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시골 생활이 좋다고 소개하는 기사나 TV 프로그램에 현혹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쳐도 한번 성공이 계속되라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은 지옥도 속이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게 현실이다. 절대로 쉽게 결정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라 말하고 싶다. 친구들이랑 국화주를 권하며 인생을 논하는 낭만이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쉽게 결정했다가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연금을 받거나 수입원이 확실한 은퇴자들의 귀촌은 권장할 만 하지만 돈 없는 젊은이들의 귀농은 한사코 말리고 싶다.  김호길 / 시인세상만사 환상 귀농 시골 생활 전쟁터 한복판 옥수수 호박

2024-03-06

미국 시골살이 엘리트의 고백…‘도시인의 월든’ 저자 박혜윤씨

“니어링 부부의 책 ‘조화로운 삶’은 정말 딱 떨어져요.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현실이 그게 아닌 걸 깨달았어요.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내가 변하지 않더라고요.”   새 책 ‘도시인의 월든’(다산북스) 출간과 함께 한국을 찾은 저자 박혜윤(47)씨의 말이다. 그는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워싱턴주 시골에서 8년째 살고 있다. 부부 모두 정규직이라고 할만한 직업 없이,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여백을 누리며 살아가는 생활은 지난해 나온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통해 화제가 됐다.   서울에서 속칭 명문대를 나와 기자생활을 했던 그가 시골행을 결심한 건, 뒤늦게 미국에 유학해 교육심리학 박사까지 받은 뒤였다. 기러기 생활을 하던 남편도 직장생활에 지쳐 퇴직하면서 네 식구의 미국 시골살이가 시작됐다. 사실 ‘조화로운 삶’에 일찌감치 매료된 박씨는 결혼 초에도 남편에게 시골 가서 살자고 한 적이 있단다. “저보다 더 도시적인 사람이라 단칼에 거절하더라고요. 내심 안심이 됐죠.”   반면 ‘월든’은 그가 대학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누가 봐도 참 이상한 책”이라 여긴 고전이다. 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예상과는 다른 시골 생활을 경험하면서다. 일례로, 농장을 침범해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을 두고 난생처음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는 ‘월든’의 저자 소로에 대해 “요즘 같으면 악플에 시달릴만한 일을 많이 했다”며 책에 이렇게 썼다. “완전한 자급자족과 자연 속 고독을 그토록 예찬하면서 실제로는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빨래는 어머니에게 맡겼다.     인생의 정답처럼 찬양했던 호숫가 오두막의 삶도 불과 2년 만에 접었다.” 박씨는 소로가 “인생의 정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모순이 가득한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었던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이와 통한다. 그는 무소유를 예찬하거나 무욕을 지향하지 않는다. “저는 욕망을 억제하는 거는 믿지 않거든요. 욕망을 어떻게든지 누르면 옆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그 욕망을 생생한 그대로 빨리 충족시키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책에는 그가 욕망을 충족하는 나름의 방식과 구체적 생활의 면면이 흥미롭게 드러난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절대화하는 대신 “내 삶의 유일한 저자”는 “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비틀어 “반사적으로 노를 마구 젓고 싶어지지만 실은 물이 들어올 때야말로 정신 차리고 재빨리 도망을 가야 한다”고 책에 썼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무리를 하기 쉽다”는 맥락에서다.   스스로에 대해 그는 “포기를 많이, 굉장히 잘해왔다”고 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등 구직에 나서지 않은 것을 포함해 그만의 경험과 이유도 책에 담담히 적었다. “100등에서 90등, 70등까지 가는 것과 달리 3등이었을 때 2등, 1등으로 올라서는 건 어렵잖아요. 그 마지막 경쟁을 싫어해서 회피하는 걸까 라는 의문도 들어요.”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글이 공감을 얻는 데 놀란 눈치다. 이후남 기자미국 시골살 저자 박혜윤 시골 생활 워싱턴주 시골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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